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신비한 힘을 가진 표현들(Magic Words)'이 있다. 나는 아침마다 요가를 하는 습관을 들이는 중인데, 수업을 마치며 '나마스떼'라는 인사로 마무리를 할 때마다 몸이 더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이 영화의 주인공도 같은 경험을 했다. 'No!'를 Magic Words처럼 달고 다니는 현대인이 'Yes!'만 외치게 된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듯한 이 영화는 벌써 나온 지 13년이 지난 코미디 영화이다. 2008년에 개봉한 예스맨은 짐 캐리, 조이 데이셔넬이 주연으로 나온다. 개인적으로 조이 데이셔넬의 연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최근에 다시 봤을 때 풋풋한 그녀의 모습이 너무 귀엽게 느껴졌다. 약 2억 2천만 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인 흥행 영화이지만 위 로튼토마토 지수를 보면 알 수 있듯, 평가는 엇갈린다. 그러나 가끔 사는 게 힘들 때 보면 잔잔한 힐링을 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평점: ★★★☆☆
추천 상황: 영화는 보고 싶지만 당기는 게 없을 때, 가볍고 귀여운 코미디 영화를 보고 싶을 때
한 순간의 선택으로 180도 달라진 인생
여기 하루 종일 'No'를 입에 붙이고 다니는 주인공 칼 앨런(짐 캐리)이 있다. 부정적인 언어가 그에게 신비한 힘을 가진다고 여기는 것처럼 그렇게도 부정적일 수가 없다. 이런 모습 때문인지 부인과도 이혼하고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베스트 프렌드 피터(브래들리 쿠퍼)의 약혼식에도 불참해 그의 인간관계는 날이 갈수록 망가져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칼은 오래된 친구 닉 레인(존 마이클 하긴스)을 만나 한 세미나를 소개받는다. 의심스러워 보이고 사이비 냄새가 풀풀 풍기지만 닉의 변화에 마음이 동했는지 세미나에 참가한다. 아니나 다를까.. 세미나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 남자가 나타나 'Yes라고 말하는 삶'에 대한 찬양을 시작한다. 그곳에서도 'No' 본능이 발동한 칼은 하얀 남자의 눈에 띄고, 결국 반강제적으로 어떠한 일이 생겨도 'Yes'라고 말한다는 서약을 한다. 거기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 노숙자에게 차를 태워주고, 용돈도 주고, 새로운 여자 앨리슨(조이 데이셔넬)을 만나 스쿠터를 얻어 타고, 대출 신청은 다 승인해주고, 비행기와 한국어 등 새로운 분야에도 도전을 시작한다. 점점 칼은 'Yes'의 힘을 믿는 동시에 'No'라고 말하면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또 다른 믿음에 사로잡힌다. 새로운 도전들로 활기를 되찾은 칼은 앨리슨과도 좋은 관계를 이어가지만 곧 오해 아닌 오해가 생기게 된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 유명 배우
어느 날, TV를 돌리다가 짐 캐리가 어눌한 한국어로 굉장히 자신감 있게 "청주 날씨는 어때요?"라고 말하는 영상을 봤다. "참 잘했어요."라고 많이 어색하게 답변하는 선생님까지! 내 관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때에도 참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는데 거의 10년 뒤에 다시 보아도 역시 재미있었다. 한국어가 나오는 장면은 참.. 배우분들 발음이 다 너무 어색해서 오히려 짐 캐리가 더 한국어를 잘하는 듯했다. 그러나 감성이 어색함을 덮었다. 배우의 옷과 소품 등이 죽어있던 그 시절의 감성을 살려주는 기분이었기에 그리 나쁘지 않았다. 문득 이하늬 배우가 '원더우먼'이라는 드라마에서 베트남어를 하는 장면이 기억났다. 베트남 사람들이 그 드라마를 봤다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짐 캐리는 어린 나에게 '마스크'로 깊은 인상을 주었던 배우이다. '그린치', '레모니 스니캣의 위험한 대결' 등 특색 있는 캐릭터들을 연기하며 코미디 연기에 한 획을 그었다. 그런 그가 멜로라니! 어른이 되어서 본 '이터널 선샤인'은 초반 삼십 분 동안 충격 그 자체였다. 짐 캐리가 나올 때마다 그린치가 생각나서 혼났다. 그렇지만 역시 명배우, 명작이다. 순서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터널 선샤인' 그리고 '트루먼쇼'도 리뷰할 예정이다. 하는 연기의 깊이만큼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는 원래 코미디언이었다. 아버지의 실직으로 15살이라는 어린 나이부터 일을 해야 했고, 배우를 시작한 뒤 오랜 무명 생활로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지금은 전 세계인에게 코미디 왕으로 불리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가장 많이 봤던 외국 배우 중 한 명이라 그런지 신작이 나올 때마다 조금씩 늙어가는 그의 모습에 가끔은 마음이 찡하다. 그러나 그만큼 성숙해지는 연기를 보여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나올 그의 새로운 작품이 여전히 기대된다.
가장 하기 쉽지만 하기 어려운 말, 좋아요!
어른이 되어서 어렸을 적 보았던 똑같은 영화를 볼 때, 경험은 가장 귀찮은 적이 되기도, 가장 좋은 조력자가 되기도 한다. 경험 덕분에 영화가 더욱 풍부해질 때도 있지만 경험 덕분에 '내가 이걸 왜 좋아했었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번에는 귀찮은 적이 되어버렸다. 영화를 보다가 장면 하나하나마다 '저건 너무 영환데?'를 반복하는 나를 발견해버렸다. 모든 것에 'Yes'를 말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더 거짓말이라고 느껴졌을 수도 있다. 나도 세상이 영화처럼 평화롭고, 안전하고, 모든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80% 이상의 호의로 이루어져 있다면 '예스!'만 외치고 다니고 싶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영화로 받아들였을 때 가장 가볍고 기분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기분 좋아지는 상쾌한 영화를 보고 싶다면 "예스맨 Yes Man"을 추천한다. 영화가 끝나면 어느새 'Yes'를 말하고 있는 나를 볼 수도 있다. 물론 귀찮은 일이 생기기 전까지이지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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