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라 말하기는 너무 이른 숨은(?) 명작
벌써 2021년도 다 가버리고 크리스마스가 이번 주로 다가왔다! 진짜 얼마 안 남은 한 해가 실감이 나는 동시에 싱숭생숭하기도 하고, 왠지 모를 기대감이 생기는 시기이다. 이맘때쯤이라면 영화를 크게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라도 마음속에 생각나는 영화가 한 편쯤 있으리라 생각한다. 보통은 귀여운 악동 '케빈'을 떠올릴 것이다. 물론 나도 '나 홀로 집에 Home Alone'을 좋아한다. 딱 케빈이 나오는 2까지만.(여담으로 나 홀로 집에의 원제가 Home Alone이라는 걸 안지 몇 년 안됐다. 그리고 한국판으로 번역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케빈이 살~짝 너무했다고 본다. 도둑들이 당하는 모습이 통쾌하고 웃음이 나는 포인트인 것은 안다. 하지만 볼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좀 더 보기 편한 영화가 있다. 바로 여기서 소개하려는 '그린치 How the Grinch Stole Christmas"이다. 맨 처음 본건 초등학교 겨울방학 때였는데 집에서 혼자 봤었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 모두 그냥 채널 돌리다가 OCN에서 해줘서 아무 영화나 본 경험이 있지 않은가. '그린치'는 '나 홀로 집에'와는 다른 의미로 충격 그 자체인 영화였다. 솔직히 짐 캐리(그린치 역)의 분장은 어른이 된 지금 봐도 충격 먹기 딱 좋다. 표정 연기의 달인인 만큼 표현력이 두꺼운 분장을 뚫고 나오는데, 좀 기괴하달까.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그랬었다. 짐 캐리의 실감 나는 연기와 기발한 연출로 어린 시절의 강렬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영화이기에 '크리스마스 고전 명작'이라고 소개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찾아보니 2000년에 개봉했던 영화였다. 왜 오래됐다고 생각했을까? 아무튼 나름 밀레니엄 영화라 고전이라는 단어는 빼기로 했다.
그린치는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훔쳤나?
줄거리는 이렇다. 어느 세계의 북쪽에 있는 후빌(Whovile) 마을의 사람들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와 모두 설레며 기뻐하고 있다. 그러나 크럼 피트 산의 꼭대기에 있는 동굴에 사는 그린치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심술 맞은 그는 기대에 들떠있는 사람들에게서 크리스마스를 빼앗아 골탕 먹일 계획을 세운다. 계획을 위해 변장하고 후빌 마을로 온 그린치는 신디 루 후(테일러 맘슨)라는 어린 소녀와 마주친다. 신디는 진정한 크리스마스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하던 중이었다. 아빠 루와 엄마 베티는 신디의 궁금증에 답을 주지 못해 스스로 찾아 나서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린치는 누구이며, 왜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지' 밝히려고 애쓴다. 결국 그린치와 신디뿐만이 아닌 후빌 마을의 모두가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며 함께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된다.
한국 제목은 단순히 '그린치'이지만 영어 원제는 'How the Grinch Stole Christmas'이다. 1957년에 쓰인 '닥터 수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2007년에 미국에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 이 책이 '어린이를 위한 100대 도서'에 선정됐다고 한다. 너무 물질주의 쪽으로 치우쳐진 크리스마스의 상업화를 비판하며 외로운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주자는 약간은 상투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의미를 담고 있다. 총 3번 영상화됐다. 1966년 TV 애니메이션이 나왔었고, 2000년에 실사영화가 나왔으며, 2018년 베네딕트 컴버 베치가 그린치의 성우를 맡은 애니메이션이 나왔었다. 약간은 무섭게 생긴 그린치의 모습에 흥행을 했을까 싶었는데 전 세계적으로 3억 45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한다. 원작 동화가 익숙하지 않았던 동양에 비해 서양에서는 익숙했나 보다. 물론 비주얼이라는 큰 장벽만 넘으면 내용은 아주 재미있으니 흥행요소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추천하는 깜찍한 영화
무엇보다 가족이 함께 보기에 아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좋은 의미를 담고 있다. 어른이라면 약간의 향수와 함께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이 될 것이다. 어린아이라면 그린치의 재미있는 집 구조에 반할 것이고 신디 루와의 우정 어린 결말에 크리스마스가 그저 선물을 받는 날 이상의 의미가 생길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후빌 마을 사람들의 모습과 그런 사람을 바라보는 신디 루와 그린치. 그 둘은 서로가 있는 물리적인 위치만 다를 뿐, 마음은 같다.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와 따뜻함이 필요한 아이들인 것이다. 그냥 보기에도 그린치는 외로워 보인다. 산의 꼭대기에 있는 동굴에서 애완견과 둘이서 살아가며 누구도 필요 없다고 말하지만 어린 나에게도 그린치는 외로워 보였다. 그리고 신디 역시 외로워 보였다. 신디는 따뜻한 사람들과 분위기에 둘러싸여 있지만 따뜻함은 눈에 보이는 것들 뿐이었다. 번쩍거리는 장식, 커다란 선물 등등 크리스마스에 빠져있는 후빌 사람들은 마치 크리스마스를 위해 사는 사람들 같았다. 어렸을 때에는 그냥 그린치의 집이 너무 재미있었고, 그가 거침없이 행동하는 게 통쾌하기도 했다. 후빌 사람들이 외모만으로 그린치를 멀리하는 게 이해는 됐지만 고약한 노래를 만들어 부르며 단체로 비난하는 건 나쁘다고 생각했었다. 그도 그럴게 마늘 냄새가 난다느니 하며 놀리는 건 심하지 않은가? 그린치가 비뚤어질만했다. 어른이 되어 다시 보니, 내가 어느새 후빌 마을의 어른이 되어 있었다. 물론 노래로 누구를 놀린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외모나 성격 하나로 사람을 멀리하고 있었다. 집에는 어느새 하나둘씩 크리스마스 조명들과 장식들이 추가됐다. 메말라가는 내가 보여 약간 씁쓸했다.
코로나로 서로의 간격이 더 멀어지고 있는 지금. 올해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그린치'에서 나온 교훈처럼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돌아보는 건 어떨까? 내년 크리스마스는 부디 친구들과도 함께 북적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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